본문 바로가기
독일생활기록/슬기로운 독일생활

독일 유치원의 나르시시스트 2편

by 도이치아재 2024. 7. 15.
 

독일 유치원의 나르시시스트 1편

유치원의 왕선생님이 퇴직하시고, 그 자리에 새로 들어온 선생님 A와 처음으로 상담하는 자리를 가졌었다. (이 A선생님이 유치원에 오면서 그녀의 아이도 같이 유치원에 들어왔다.) A선생님은 둘

deutschaj.com

와이프는 다른 엄마와 만나서 커피를 마시며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엄마는 신아가 생일파티로 자기 집에 왔을 때, 혼자서 의견도 잘 말하고 이상할 게 전혀 없었다고 말해주었다.(실제로 신아는 부끄러움이 많을 뿐, 정신적/정서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아이다) 이 의사 엄마는 A선생님의 코멘트는 무시해도 상관없고 (병원에 갈 필요는 전혀 없지만)만약 와이프가 원한다면 괜찮은 의사 선생님을 소개해주겠다며 와이프를 위로해주었다. 그제서야 와이프가 마음이 조금 놓였는지 또르르 눈물이 났다고 한다... 그것도 그럴 것이 와이프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할 게 없는데 자꾸 옆에서 시도 때도 없이 뭔가 잘못됐다고 가스라이팅을 하면 "정말 그런건아닐까?" 라고 생각이 될만도 하다. 그리고 그 엄마도 A선생님 상담이 우리가 느낀 것 처럼 매우 불쾌했고, 표정이나 말투에서 감정 교류가 안되는 것 같다고 덧붙여서 우리도 놀랐다. 우리가 느낀것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와이프가 마음의 상처를 위로받는 사이, 나는 싸움닭이 되어 A선생님과 한판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 상담에 이어 또 다음 상담이 곧 있을 예정이었다. 첫째도 유치원을 다녔지만 이 정도로 자주 상담이 있던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난 상담에서 나온 주제를 토대로 중간중간 A선생님 뿐만 아니라 다른 선생님과도 정보를 교류하고 했다. 우리가 신아를 위해서 무엇을 해오고 있는지, 기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그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고 상황은 어떤지에 대한 내용도 전달해왔다. 유치원이 작다보니 오고가며 선생님들과 자주 이야기를 하는게 일상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다가오는 상담에서 새롭게 이야기 할 만한게 없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이야기를 충분히 나눈 것 같으니, 신아에 대한 새로운 주제가 없다면 다가오는 상담을 여름 휴가 뒤로 미루는게 어떻겠냐"고 이메일로 물었다. 이메일을 받은 유치원에서는 와이프에게 전화해서 이유를 물어보고 여름방학 이후로 테어민을 미뤘다. 전화 통화를 한 사람은 A선생님이 아니라, 유치원 운영을 담당하는 선생님이었다.

여기까진 오케이. 아무 문제 없었다.

 

독일 유치원의 나르시시스트 1편

유치원의 왕선생님이 퇴직하시고, 그 자리에 새로 들어온 선생님 A와 처음으로 상담하는 자리를 가졌었다. (이 A선생님이 유치원에 오면서 그녀의 아이도 같이 유치원에 들어왔다.) A선생님은 둘

deutschaj.com

 

 

출처 : 어쩌다 어른, 나르시시스트 편

그런데 다음 날 대뜸 이메일로 바로 다음주 금요일로 테어민을 잡았으니 그 날짜에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상담 날짜를 어제 분명히 합의해서 변경했는데, 억지를 부리는 것을 보니 "A선생님이 보낸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르시시스트 특징 중 하나가 타인의 약점이 될만한 점을 캐치해서 통제하려는 특성이 있다는 것과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이미 나는 공부했지. 그래, 어디한번 해보자. 싸움닭이 될 준비를 했다.

일단 어제 통화로 테어민을 합의했음에도 다짜고짜 일방적으로 테어민을 잡아서 보낸 것이 불편하다는 사실을 시작으로 이메일을 써내려갔다. "다음 주 금요일에 상담을 해야만 한다면, 신아와 함께 대부분의 시간을 많이 보내는 B, C선생님과도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라고 썼다. (상담을 한 A선생님은 둘째 신아가 잘 따르지 않고, 서로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B,C 선생님들은 신아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니 유치원에서의 생활을 더 깊이 이야기 해 줄 수 있으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충분히 유치원 선생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했고, 너희의 조언을 받아들여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니) 더 새로운 주제가 없다면 그 상담이 의미가 있는지 되물었다.

이내 도착한 답장은 내가 느끼기에 "네 말은 됐고" 상담은 미룰 수 없으니 그냥 내가 정한 날짜에 오라는 내용처럼 들렸다. 그러니까 이 A선생님이 생각하는 상담의 목적이 우리와는 달랐다. 우리는 "둘째 신아를 위한" 상담을 해달라는 것이었고, 이 A선생의 목적은 "내가 말한 날짜에 너희가 오느냐 안오느냐" 이게 마치 목적처럼 느껴졌다. 그 여자에게 신아는 없었다.

"그래. 네가 원하는 날짜에 가줄게. 무슨 얘기를 더할지 들어보자"

두번째 상담을 앞두고 A선생님과 어처구없을 정도의 이메일로 서로 신경전을 벌였다. 이런 일로 날을 세워야 한다는게 참 웃긴데... 아무튼 회사에 늦게 출근한다고 이야기하고 그 여자가 원하는대로 유치원 상담에 갔다. 복도에서 마주친 A선생님은 내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내 앞으로 휙 지나가면서 "Hallo"라고 말했다.(싸가지없는 년!) 그리고 신아를 데려다주고 놀이방에서 나온 와이프와 유치원 상담실로 향했다.

상담실에는 이미 등을 뒤로 제껴앉은 A선생님이 거만하게 앉아있었는데...
(3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