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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기록/슬기로운 독일생활

함께 뛰는 가족, 함께 웃는 결승선 – 슈투트가르트 마라톤 이야기

by 도이치아재 2025. 5. 26.

올해도 어김없이 슈투트가르트 마라톤 시즌이 찾아왔다. 그리고 올해도 우리 가족은 ‘전원 출동!’ 누구 하나 빠짐없이 각자의 레이스에 참가하며, 이 특별한 주말을 온전히 함께했다.

첫째의 레이스, 2.2km

첫째는 작년에 이어 2.2km 키즈런에 도전했다. 작년에는 마라톤 전날까지 감기몸살에 시달려 완주만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참여했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전날부터 유니폼을 꺼내 놓고, “내일 몇 시에 가야 해?”를 반복하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출발선에서는 꽤 긴장한 얼굴이었지만, 막상 출발 신호가 울리자마자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르게 튀어나갔다.

결승선에 도착했을 땐 땀에 흠뻑 젖은 얼굴로 씩 웃으며 결승선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빠, 엄마에게 하이프이브까지 하는 여유를 보이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나도 모르게 박수가 나왔다. 어린 나이에 스스로 도전하고, 완주까지 해낸 그 모습은 진짜 멋졌다.

둘째의 레이스, 550m

다섯 살 둘째는 550m 주니어 레이스에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도전했다. 아빠 손을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원래 둘째 아이의 친구도 함께 뛰기로 했었는데, 이미 참가 티켓이 매진되는 바람에 함께 달리지 못했다. 다음에는 꼭 친구와 함께 달려보자! 아이의 눈높이에서 ‘시작한 걸 끝까지 해낸다’는 경험은 아주 귀한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아내의 5km 완주, 바쁜 일상 속의 챌린지

아내는 마지막까지 참가할지 말지 고민하다가 이번에 5km 레이스에 참가했다. 아이들 챙기랴, 일상 돌보랴 늘 본인 시간을 뒤로 미뤄두는 사람이기에 이번 도전이 더 특별했다. 연습할 시간이 많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뛰어낸 모습에 마음속으로 엄지를 치켜세웠다. 엄마이자 아내이자 러너로서의 도전이 무척 빛났던 순간이었다. 5km 완주를 하고, 인생에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며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하는 모습이 역시 우리 와이프 다웠다 ㅎㅎㅎ

그리고 나의 도전 – 하프마라톤 !

런닝 훈련 시간이 충분하지는 않았다. 한달 마일리지를 150km를 채우고 싶었지만 120km를 겨우 넘는 정도에서 그쳤다. 그래도 주말마다, 새벽마다 틈틈이 시간을 내서 달렸다. 하프마라톤은 오전 9시에 시작이었는데, 당일 아침엔 비까지 와서 너무 춥진 않을까 걱정하며 대회장에 도착했다. 비가 오든 말든 드디어 출발선에 섰고, 10km까진 정말 여유로웠다. 시작 후 6km정도까지가 오르막 구간으로 가장 힘든 구간이었는데 이상할 정도로 달릴만했다. 거리거리 마다 응원해주는 사람들의 응원 때문이었나보다. 페이스는 4분 40초~50초 사이로 달렸다. 처음에 나도 모르게 4분 10초 페이스로 달리고 있길래, 오버페이스 하지 않으려고 정말 참았던 것 같다. 그렇게 쭉 4분 중후반대 페이스로 달렸다. Bad Cannstatt로 돌아오는 18km 부근에서는 10km 참가자들과 합류했다. 길은 좁고 사람도 많아서 속도를 낼 수가 없었고, 더 속도를 낼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아쉬운대로 메르세데스 뮤지엄을 돌아서 1시간 45분 42초로 하프 마라톤 레이스를 마무리했다. 아쉬움이 남지만 어쨌든 생애 첫 하프마라톤을 무사히 완주했다.

가족이 함께 뛰는 마라톤의 의미

서로 다른 거리, 서로 다른 리듬으로 달렸지만 결승선에서는 모두 같은 미소로 하나가 되었다. 아마도 이 기억은 아이들에게도 오래오래 남을 거라고 믿는다. 내년에도, 또 그다음 해에도, 우리는 이 트랙 위에 함께 서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새로운 도전을 마주할 것이다. 마라톤은 결국, 삶을 닮았다. 조금은 힘들고, 때로는 느려지지만 같이 걷고, 같이 뛰는 사람들 덕분에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