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2025년 독일 검도 최강자를 가리는 Deutsche Meisterschaft가 열렸습니다. 결과는… 짜잔!
우리 Württemberg주 대표팀이 단체전 2위, 그리고 제가 소속된 Stuttgart 도장의 Fabian Hess가 개인전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3연속 단체전 우승을 노렸던 Württemberg 팀은 아쉽게도 결승에서 NRW 팀에 패해 2위에 머물렀지만, 그래도 충분히 자랑스러운 성과예요. 요즘 전국적으로 실력 있는 팀들이 많아지고 있는 걸 생각하면, 이번 준우승도 값진 결과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격스러운 건... 우리 도장의 파비안이 개인전에서 독일 챔피언이 되었다는 사실!
파비안은 정말 검도를 사랑하는 친구예요. 그저 열심히 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의 핸드폰 사진첩과 영상 폴더엔 검도 사진과 영상만 가득 차 있을 정도로 ‘찐’입니다. 예전부터 열심히 하긴 했지만, 그걸 눈으로 직접 보고 나니 ‘아, 이 친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검도를 사랑하는구나’ 싶더라고요.
파비안과는 작년 야마시부 대회 때, 김사범님과 셋이 한 팀으로 우승했던 추억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 우승이 더 반가운 거죠.
제가 독일에 처음 와서 어학을 마치고, 이제 막 일을 시작하며 검도를 시작했을 때가 아마 파비안을 처음 본 시기였을 거예요. 그때 파비안은 17~18살쯤, 말 그대로 미소년이었죠. 그런데 시간이 흘러 코로나가 터지고, 저도 둘째가 태어나고, 한동안 검도를 쉬었다가 다시 도장에 나가보니… 어라? 파비안이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 있더라고요.
말랐던 몸에 근육이 꽉 들어차고, 피지컬이 어마어마하게 성장한 거예요. 스피드에 힘까지 더해졌지만, 아쉽게도 개인전에서는 늘 고배를 마시던 친구였습니다. 작년 세계선수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마지막에 아깝게 탈락해서 많이 속상해했죠.
그럴 때마다 저는 파비안에게 말하곤 했어요.
“나한테는 네가 최고의 선수야. 독일에서 넌 진짜 최고야.”
그 말이 위로가 됐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올해 23살의 나이로, 당당히 독일 챔피언이 되어 돌아온 파비안을 보며 마음속에서 박수가 터졌습니다. 사실 지난주에도 김밥 싸서 힘내라고 건네주고, 단체전 끝나고서도 개인전 응원 열심히 했는데요... 그 응원이 통한 걸까요? 😄
이번 우승은 우리 도장 입장에서도 꽤나 특별한 일이에요. 슈투트가르트에서는 처음으로 독일선수권 우승자가 탄생한 거거든요. 저희 도장은 뛰어난 선생님이 계신 도장도 아니고, 말하자면 ‘검도 동아리’ 같은 분위기의 소박한 곳인데, 이런 곳에서 챔피언이 나왔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요.
매주 이런 친구와 교검을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고, 참 자랑스럽습니다. 앞으로도 요로시끄 오네가이시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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