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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기록/독일 교육에 관하여

교육에 대한 독일인의 다른 생각들

by 도이치아재 2024. 4. 17.

첫째 아이가 Weiterführende Schule(초등학교 졸업 후 진학할 학교)를 진학해야하는 시기이다 보니, 자연스레 독일 교육에 대해 공부를 하게된다. 요즘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는 G8를 유지하느냐, G9로 바꿔야 하느냐에 대한 논의가 매우 뜨겁기도 해서 회사 동료 혹은 독일인 지인들과 부쩍 아이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인데, 어떤 배경을 가졌는지에 따라 의견도 달라서 한번 정리해보았다.

올리버 (직장동료, 레알슐레 졸업, FH 슐레 졸업, 현 테크닉 엔지니어)
"고등학교 과정은 무조건 G9(9년 과정)으로 바뀌어야 해. 8년 과정은 아이들한테 너무 힘들거야. 교과과정이 줄어든 게 아이들은 1년 더 일찍 노동시장으로 내보내려고 바꾼건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잖아? 근데 네 아들은 이번에 학교 선택하야 하잖아? 김나지움, 아니면 레알슐레? (나 : 김나지움으로 갈거야) 김나지움 보낸다고? 스트레스 많이 받겠다.(zu viel Stess!)"

베언트 (직장동료, 레알슐레 졸업, FH 슐레 졸업, 현 건축 엔지니어)
"꼭 김나지움 갈 필요있어? 나는 학교 다닐 때, 엔지니어가 되고 싶었는데 선생님이 지금처럼 공부하면 대학에 못간다고 했었어. 그런데 나 봐봐. 레알슐레 나와도 결국 지금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잖아? 어떻게 하기에 따라 달렸다니깐!?"

로렌스 (직장동료, 김나지움 졸업, Uni 졸업, 현 건축가)
"내가 애가 있다면 아마도 김나지움으로 보낼 것 같아. 레알슐레도 그렇게 나쁘진 않지만, 아무래도 나중에 선택지가 줄어드는 건 맞으니까"

가브리엘라 (직장동료, 레알슐레에서 김나지움으로 전학, Uni 졸업, 현 건축가)
"나는 어릴 때부터 집에서 터키어만 써서 초등학교 때 공부를 그렇게 잘하진 못했어. 그래서 처음에 레알슐레로 갔거든? 내가 볼 때 레알슐레도 나쁘지 않아. 나는 독일어를 못해서 김나지움 갈 정도는 안됐었어. 점점 독일어가 늘면서 점점 성적이 오른 케이스거든. 그래서 나중에는 김나지움으로 전할 갈 수 있었어. 나 같은 케이스도 있으니까 꼭 김나지움을 보내야한다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애!"

미쉘 (직장동료, 레알슐레 졸업 후 취업, 현 Bauzeichner)
"내가 볼 때 독일의 교육시스템은 좋은 것 같아. 김나지움을 나와도, 레알슐레를 나와도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거든. 그래서 꼭 김나지움에 진학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엄청 빡세잖아."

막스 (친구, 레얄슐레 졸업, FH 슐레 졸업, 현 Logistik Manager)
"나도 레알슐레 나왔고, 교육이 그리 나쁘지 않아. 그런데 아시아 사람들은 유독 김나지움을 선호하는 것 같아.(얘 와이프도 아시아인인데 자기 아들도 무조건 김나지움 보낼거라고 선언함)"

스테판 (전 직장동료, 김나지움 졸업, Uni 졸업, 현 건축가)
"이건 생각할 필요가 없어. 무조건 김나지움이야. 내 딸들은 성적이 안되도 무조건 김나지움에 보낼거야"

사라 (아들 친구 엄마, 김나지움 졸업, Uni 졸업, 현 전시 매니저)
"아이 성적이 김나지움 갈 정도가 아니라면, 레알슐레도 괜찮은 선택지야 ^^ (정작 자기 아이들 3명은 모두 김나지움으로 진학)"

가브리엘 (아들 친구 아빠, 김나지움 졸업, Uni 졸업, 현 IT 엔지니어)
"김나지움으로 가야지. 근데 김나지움도 다 같은 김나지움이 아니야. 어떤 김나지움은 성적에 상관없이 지원한 학생을 다 받은 곳도 있는데, 완전 혼돈 그 자체야. 이런 곳 말고 가능하다면 성적(수학, 독일어 2.0 이상)으로 학생을 뽑는 김나지움으로 진학하는 게 공부하기에 좋은 것 같아. 그래서 우리 딸이 다니는 김나지움에 정말 만족하고 있어(살짝 딸이 다니는 김나지움 자랑ㅋㅋ)"

독일은 어떤 진로를 선택하든 선택의 폭이 넓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게 참 좋은 것 같다. 1:1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한국과 독일을 비교하면 그나마 독일이 좀 더 자유롭고 폭 넓게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자세히 바라보면, 독일 내에서도 부모의 교육 수준에 따라서 아이의 진로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위의 짧은 코멘트처럼 김나지움과 대학을 졸업한 부모라면 대부분 아이를 김나지움에 보내려고 한다. 레알슐레를 졸업한 부모라면 굳이 김나지움 교육의 필요성을 못느끼기도 한다.

부모의 이민배경에 따라서도 아이의 학업성향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양쪽 모두 독일인 부모보다, 양쪽 모두 이민자 배경을 가진 부모의 아이가 이과계열 과목에서 더 강한 경쟁력을 갖는다고 한다. 이런 결과 탓인지 점점 더 많은 독일인들이 문과 성향이 강한 전공을 택하고, 외국인의 자녀는 이과 성향이 강한 전공을 택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독일 교육에 대해 두서없이 써봤는데, 어쨌든 중요한 건 공부 하나만 가지고 아이의 미래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게 참 다행스럽기도 하다.